여행을 다녀온지 벌써 2주나 지났다. 2주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밀린 일기 어떻게 써야 막막하긴 하지만... 강화도 여행기부터 찬찬히 써 나가야겠다. 바다를 보고 싶었다. 내가 바다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작년에서야 깨달았다. 분지로 둘러싸인 대구에서 20년 이상을 살았지만 딱히 바다를 보고싶어하지는 않았는데, 작년 제주, 그리고 올해 강릉에서 본 바다가 ...
영화 소공녀를 보고 27살, 올해 초 처음으로 담배를 배웠다. 담배를 배우고 한 6개월 정도는 어색했다. 내가 속담배를 피우는지 겉담배를 피우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 걸 보면 아직도 어색한 과정을 끝내진 못한 것 같다. 담배를 피우면 굳이 친하지 않아도 스몰토크가 가능해진다. 담배를 피우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화의 호흡이 길어지면서 여유가 생긴다. 작가...
킬러지만 떳떳한 킬러가 되는 거다. 설사 잡혀 가더라도 깜빵에서 돈 걱정없이 먹고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마치 귀에 발바닥을 대고 여보세요? 하는 것 마냥 웃음이 터진다. 나는 지쳤다. 삶에 지쳤고, 서울에 지쳤다. 정말로, 죽어도 아무런 아쉬움도 없을 것 같다. 스스로 죽을 용기는 없어서, 누군가 고통없이 나를 죽여주길 바랄...
내 인생은 그냥 대충 대충 흘러갔다. 대충 대충 교내에서 중위권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고 대충 대충 성적 맞는 대학에 갔는데 주위 대학생들은 전혀 대충 대충 살지 않아서 대충 대충 문창과로 편입했다. 다들 대충 대충 행복하게 글을 썼고, 나도 대충 대충 행복하게 글을 쓰고 졸업을 했는데, 현실은 대충 대충 살아서는 돈을 벌지 못했다. 돈이 없으면 행복하지 못...
영화 감상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내가 왜 영화를 좋아하는 지 설명하지 못했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굳이 재미가 없어도 마냥 좋은 영화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나는 누구도 믿지 못한다, 사랑하지 못한다. 가족들마저도. 그렇지만 외롭지 않다. 왜냐하면 영화 속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물들을 사랑한다,...
해가 갈수록 추워진다. 그러나 아직도 겨울이 좋다. 겨울이 좋아진 건 어느 순간 부터였다. 어릴 때부터 조금이라도 추우면 이가 덜덜 떨리는 바람에 겨울을 싫어했었는데, 스무살 즈음인가, 겨울이 좋아졌다. 겨울이 주는 차가운 감각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여름이 주는 더위는 늘 불쾌감만 주었는데, 겨울이 주는 추위는 향수를 준다. 유독 차가운 공기와 맞닥뜨리면 ...
실업급여 받는 동안 집에만 있다보니 집에서 요리할 일이 많아졌다. 누가보기엔 요리라고 칭하기엔 민망한 정도일 수도 있으나, 한 끼 먹을 음식을 정하고, 음식을 하고, 먹는 일련의 과정은 내게 성취감을 준다. 무엇 하나 제대로 완성해내지 못해서 그런지, 요리는 내게 성취감과 함께 감동을 준다. 라면에 넣어 먹을 콩나물을 샀는데, 문득 콩나물 봉지에 콩나물국 ...
이 단편은 '나'가 '나'의 후임에게 보내는 편지다. '나'는 자주 가는 옥상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옥상 난간을 뛰어넘고 싶기도 했지만, 다른 도피처를 찾았다. 언니들이 <규중조녀비서>를 통해 남편을 만나 회사를 떠나 결혼을 한 것 처럼, '나'도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절망을 주식으로 한다. '나'의 절망을 먹고, '나'의 주변인들의 절망을 먹...
약 두 달 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담배는 나에게 ‘배움’의 영역이었다. 어떤 담배를 피울 것인지 고르는 것부터 담배를 사고, 불을 붙이고, 빨아들이고, 담뱃재를 터는 것까지 모두 어색했고, 그런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담배를 피워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딱 어느 날이라곤 말할 수 없다. 영화 소공녀를 보고 담배를 주구장창 피워대는 미소를 보고...
우리 엄마는 음력 4월 5일, 또는 양력 4월 5일에 태어난 것도 아니면서 식목일에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엄마는 꽃을 좋아한다. 엄마는 꽃처럼 연약했다. 아픈 곳이 많았고, 감정을 담는 그릇은 보통사람들 보다 작았다. 삼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나는 정말로 엄마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다. 몸이 약했던 언니, 그리고 늦둥이 막내 남동생만으...
사는 게 지치고, 힘겹다. 그것은 아마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었던 내가, 사랑을 줄 대상을 상실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 간 내가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특히나 재미있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사랑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딱히 삶의 미련이 없었지만 사는 게 재미있어서 죽을 생각 또한 없었는데 요즘은 좀 죽고 싶다. 사랑...
의미의 재생산 의미의 재생산 성경이 사실만을 기록한 것이라면 신이 바벨탑을 지으려는 인간들을 훼방하기 위해 언어를 나눠버린 짓은 그가 한 일들 중 가장 잘한 일일 거야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들은 나에게 큰 자극을 줘 파란 눈의 그가 말했다 그는 본인도 뜻을 알지 못하는 외국어를 매일 찾아 일기장에 적어 놓는다 그리고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랐다 훔쳐 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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